클라우드 저장공간을 정리하면서 느낀 백업 습관의 중요성

구글 드라이브 용량이 꽉 찼다는 알림을 받은 게 계기였다. 15GB가 언제 다 찼지 싶어서 들어가봤더니, 2019년에 찍은 흐릿한 음식 사진들, 어디다 쓰려고 만들었는지도 모르는 엑셀 파일들, 심지어 같은 사진이 이름만 다르게 세 개씩 저장된 것들이 잔뜩 쌓여 있었다. 그때 처음으로 내가 클라우드를 ‘백업 공간’이 아니라 ‘쓰레기통’처럼 쓰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일단 뭐가 들어있는지 파악부터

정리를 시작하기 전에 먼저 전체 용량이 어디에 쓰이고 있는지 확인했다. 구글 드라이브는 one.google.com/storage 페이지에서 카테고리별 용량을 꽤 자세하게 보여준다. 내 경우엔 구글 포토가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다.

아이클라우드도 마찬가지로 설정 앱에서 iCloud 항목 들어가면 앱별로 얼마나 쓰고 있는지 나온다. 처음엔 그냥 사진 몇 장 지우면 되겠지 싶었는데, 막상 보니 왓츠앱 백업이 4GB, 안 쓰는 앱 데이터가 2GB씩 쌓여 있었다.

사진 정리가 제일 오래 걸렸다

솔직히 사진이 제일 문제였다. 구글 포토에 2만 장이 넘게 있었는데, 그중에 실제로 다시 볼 것 같은 사진이 얼마나 될지 생각해보면 아마 10분의 1도 안 될 것 같다.

내가 정리할 때 쓴 기준은 대충 이랬다.

  • 같은 장면을 연속으로 찍은 버스트 사진 → 제일 잘 나온 것 하나만 남기고 나머지 삭제
  • 스크린샷 → 일단 전부 모아서 필요한 것만 폴더로 이동, 나머지 삭제
  • 블러 처리되거나 흔들린 사진 → 미련 없이 삭제
  • 음식 사진, 영수증 사진 → 1년 이상 지난 건 거의 다 필요 없음

구글 포토에 ‘흐릿한 사진’이나 ‘스크린샷’을 자동으로 분류해주는 기능이 있다는 걸 이때 처음 알았다. 검색창에 ‘스크린샷’이라고 치면 다 모아서 보여준다. 진작 알았으면 좋았을 텐데.

중복 파일 문제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사진보다 더 황당했던 건 문서 중복이었다. 같은 파일을 메일 첨부로 받아서 저장하고, 카카오톡으로 공유받아서 또 저장하고, 직접 만들어서 또 저장한 게 세 군데에 따로 있는 경우가 꽤 많았다.

윈도우 PC에서 구글 드라이브 폴더를 통째로 정리할 때는 중복 파일 찾기 프로그램을 하나 써봤다. dupeGuru라는 무료 툴인데, 파일명이 달라도 내용이 같으면 잡아준다. 처음 돌렸을 때 400MB 넘는 중복이 잡혔다. 파일 수로는 200개가 넘었다.

다만 자동 삭제는 안 했다. 목록 먼저 뽑아서 하나씩 눈으로 확인하고 지웠다. 프로그램이 잘못 잡는 경우도 간혹 있고, 버전이 다른 파일을 중복으로 오인할 수 있어서 그냥 수동으로 처리했다.

외장하드 백업 기준을 다시 잡았다

클라우드 정리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외장하드 쪽도 다시 들여다보게 됐다. 예전에 쓰던 1TB 외장하드가 두 개 있는데, 뭘 어디다 백업했는지 기억도 안 나는 상태였다.

지금은 이런 식으로 나눠서 관리하고 있다.

  • 클라우드(구글 드라이브/아이클라우드) → 현재 작업 중인 파일, 자주 접근하는 문서
  • 외장하드 A → 완료된 프로젝트 파일, 사진 원본 (분기별 1회 업데이트)
  • 외장하드 B → A의 복사본. 다른 장소에 보관

3-2-1 백업 규칙이라는 게 있다. 데이터를 3개 복사본으로, 2가지 다른 매체에, 1개는 외부 장소에 보관하라는 원칙인데, 이걸 완벽하게 지키긴 어렵더라도 최소한 클라우드 하나에만 의존하지 않는다는 기준은 지키려고 한다. 나중에는 NAS를 백업 축으로 추가했는데, 그때 잡은 폴더·백업 구조는 [NAS 구축기 06] NAS로 파일정리·공유·백업 효율 올리기에 있다.

클라우드가 영원하지 않다는 걸 잊지 말자

구글이 2021년에 구글 포토 무제한 저장 정책을 종료한 거 기억하는 사람 많을 거다. 그전까지 무제한인 줄 알고 막 올려놨다가 갑자기 용량 제한이 생기면서 당황한 사람들이 꽤 있었다.

클라우드 서비스는 약관이 바뀌거나 서비스가 종료될 수 있다. 실제로 구글이 몇 가지 서비스를 종료하면서 데이터를 이전해야 했던 경험이 있는 사람들도 있다. 이게 무섭다는 게 아니라, 중요한 파일을 한 군데에만 두면 안 된다는 이야기다. 클라우드와 자체 저장소를 어떻게 나눠 쓰는 게 좋은지는 NAS vs 구글 드라이브 실사용 비교에 따로 정리했다.

특히 사진은 한번 날아가면 복구가 안 된다. 아이 어릴 때 사진, 여행 사진 같은 건 클라우드 + 외장하드 두 군데 이상에 꼭 두는 걸 추천한다.

정리하고 나서 달라진 것들

클라우드 용량을 4GB 넘게 줄였고, 덕분에 유료 플랜으로 업그레이드하지 않아도 됐다. 그것보다 더 좋은 건 어디에 뭐가 있는지 이제 좀 알게 됐다는 것.

매달 한 번씩 ‘이번 달에 저장한 파일 중에 지워도 되는 게 있나’ 한 번씩 훑는 습관을 만들려고 하고 있다. 처음엔 귀찮을 것 같았는데 막상 해보니 10분도 안 걸린다. 쌓이기 전에 정리하는 게 훨씬 낫다는 걸, 몇 시간 동안 2만 장 사진 앞에서 멍하니 있어보고 나서야 알았다.

백업은 뭔가 거창한 시스템을 갖춰야 하는 게 아니다. 중요한 파일이 두 군데 이상에 있고, 그게 어디 있는지 내가 알고 있으면 일단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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