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출 챌린지 한 달 해보고 남은 것과 버린 것

작년 11월, 통장 잔액을 보다가 멍해진 적이 있다. 분명히 월급은 들어왔는데 한 달이 지나고 나면 남는 게 없었다. 딱히 큰돈을 쓴 기억도 없는데 어디로 다 빠져나갔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때 SNS에서 무지출 챌린지를 하는 사람들을 보게 됐고, 반쯤 오기로 시작했다. 한 달 동안 고정비 외에는 아무것도 쓰지 않겠다는 규칙이었다.

결과적으로 완벽하게 성공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 한 달이 소비 습관을 다시 들여다보는 계기가 된 건 사실이다. 지금은 그때 남긴 것과 버린 것이 꽤 명확하게 구분된다.

챌린지를 시작하기 전에 정한 규칙

무지출이라고 해서 진짜 아무것도 안 쓰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래서 나름대로 기준을 먼저 세웠다. 고정비, 즉 월세, 공과금, 통신비, 교통비는 지출로 카운트하지 않기로 했다. 식비는 최소한으로 유지하되, 장을 봐서 직접 해먹는 것만 허용했다. 카페, 배달, 외식, 쇼핑은 전면 금지였다.

규칙을 정하면서 생각보다 애매한 항목이 많다는 걸 알게 됐다. 친구 생일 선물은 어떻게 처리할지, 회사 회식비는 포함인지 아닌지 같은 것들이다. 결국 ‘사회적 지출’은 예외로 두되 최대한 줄이는 방향으로 타협했다. 처음부터 완벽한 규칙을 만들려고 하면 시작도 못 한다는 걸 그때 배웠다.

첫 2주, 생각보다 힘들었던 부분

가장 먼저 무너진 건 카페였다. 습관적으로 출근길에 들르던 카페를 끊으니 오전 내내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들었다. 커피가 필요한 게 아니라 그 루틴 자체에 익숙해져 있었던 것 같다. 집에서 커피를 내려 텀블러에 담아 다니는 걸로 대체했는데, 처음 며칠은 귀찮았지만 일주일이 지나자 자연스러워졌다.

배달 앱을 지우는 건 예상보다 효과가 컸다. 앱이 있으면 피곤한 날 자동으로 손이 갔는데, 없애고 나니 그냥 냉장고를 열게 됐다. 배달을 참는 게 아니라 선택지 자체를 없애버린 셈이다. 그 차이가 생각보다 크다는 걸 몸으로 느꼈다.

반면 마트 장보기는 오히려 더 어려워졌다. 필요한 것만 사려고 했는데, 막상 마트에 가면 이것저것 눈에 들어와서 계획보다 더 쓰게 됐다. 결국 온라인 장보기로 바꾸고 장바구니를 미리 만들어두는 방식으로 해결했다.

중반 이후에 찾아온 변화

3주차쯤 되자 소비에 대한 감각 자체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전에는 ‘이 정도면 괜찮겠지’라고 무심코 결제하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구독 서비스 하나, 앱 내 결제 하나, 이런 것들이 쌓이면 꽤 된다는 걸 직접 확인하게 됐다.

소비를 줄이면 시간이 생긴다는 말을 어디서 읽은 적이 있는데, 실제로 그랬다. 쇼핑몰을 구경하거나 배달 메뉴를 고르는 데 쓰던 시간이 없어지니까 저녁 시간이 조금 더 길게 느껴졌다. 그 시간을 딱히 생산적으로 쓴 건 아니지만, 적어도 덜 피곤했다.

결국 실패한 것들

한 달 내내 완벽하게 지키지는 못했다. 중간에 지인 결혼식이 있었고, 경조사비는 예외로 처리했다. 한 번은 야근 후 너무 지쳐서 편의점에서 즉석식품을 사 먹었다. 그날은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겼다. 자책하면서 챌린지를 망쳤다고 느끼는 것보다, 그냥 그날은 그랬다고 기록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가장 무리였던 규칙은 외식 전면 금지였다. 친구를 만날 때마다 카페도 식당도 안 된다고 하니 만남 자체가 줄어들었다. 사람을 안 만나는 게 돈을 아끼는 방법이 되어버리는 건 원하던 방향이 아니었다. 이 부분은 다음에 다시 한다면 월 1~2회 정도는 허용할 것 같다.

한 달 후에 남긴 습관

챌린지가 끝난 후에도 유지하고 있는 것들이 있다. 배달 앱은 다시 깔지 않았다. 꼭 시켜 먹고 싶을 때는 직접 검색해서 주문하는데, 그 과정이 번거로우니까 자연스럽게 횟수가 줄었다. 텀블러 챙기는 습관도 그대로다. 카페를 아예 안 가는 건 아니지만, 예전처럼 매일 가지는 않는다.

구독 서비스는 챌린지 기간에 전부 점검해서 실제로 쓰는 것만 남겼다. 당시에 세 개를 해지했는데, 지금까지 그 세 개가 없어서 불편했던 적은 없다. 쓰지도 않으면서 매달 빠져나가던 돈이었던 셈이다.

무지출 챌린지를 하면서 얻은 건 절약 금액보다 소비 패턴을 직접 들여다본 경험이다. 어디서 새는지, 어떤 소비가 습관인지, 어떤 게 진짜 필요한 건지를 한 달 동안 계속 생각하게 됐다. 극단적인 규칙은 오래 못 가지만, 그 과정에서 남는 것들은 꽤 실용적이었다.

다시 한다면 바꿀 것들

처음부터 너무 엄격한 규칙을 세우면 중간에 한 번 실패했을 때 전부 포기하게 된다. 다음에 다시 한다면 완전 무지출보다는 ‘지출 상한선 챌린지’ 형태로 할 것 같다. 예를 들어 변동 지출을 월 5만 원 이내로 제한하는 식이다. 숫자가 있으면 달성 여부가 명확하고, 한 번 넘쳤을 때도 포기하지 않고 이어갈 수 있다.

기록도 더 꼼꼼하게 할 것 같다. 챌린지 기간에 지출 내역을 메모 앱에 적긴 했는데, 나중에 돌아보니 감정이나 상황이 빠져 있어서 왜 그 소비를 했는지 맥락이 없었다. 금액만이 아니라 그날 상태나 이유를 짧게라도 남겨두면 패턴을 파악하는 데 훨씬 도움이 됐을 것 같다.

함께 읽으면 좋은 글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