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 앱 3개월 비교 후기와 결국 직접 만든 이유

작년 초, 지출이 어디로 새는지 도무지 감이 안 잡혀서 가계부 앱을 써보기로 했다. 주변에서 많이 쓴다는 앱 세 가지를 골라 각각 한 달씩, 총 세 달을 써봤다. 결론부터 말하면 세 앱 모두 나름의 완성도가 있었지만, 내 소비 패턴과는 끝내 맞지 않았다. 그 과정을 정리해두면 나중에 비슷한 고민을 할 때 참고가 될 것 같아서 기록해둔다.

입력 방식이 생각보다 중요했다

처음 쓴 앱은 자동 연동 방식이었다. 카드사나 은행 계좌를 연결해두면 거래 내역이 자동으로 들어오는 구조다. 처음 며칠은 편했다. 그런데 자동으로 들어온 항목들이 내가 실제로 생각하는 분류와 계속 어긋났다. 편의점에서 산 생수가 ‘식비’로 잡히기도 하고, 약국 결제가 ‘쇼핑’으로 분류되기도 했다. 매번 수정하다 보니 자동 연동의 이점이 반감됐다.

두 번째 앱은 수동 입력 방식이었다. 쓸 때마다 직접 금액과 카테고리를 넣어야 했다. 귀찮긴 했지만 오히려 지출을 의식하게 된다는 장점이 있었다. 문제는 며칠 밀리면 기억이 흐릿해진다는 점이었다. 영수증을 모아두지 않으면 카드 명세서를 보면서 역으로 추적해야 했는데, 그게 꽤 피곤한 작업이었다.

두 방식 모두 써보고 나서 깨달은 건, 입력 방식보다 내가 ‘언제 입력하느냐’의 습관이 더 중요하다는 점이었다. 앱이 자동이든 수동이든, 내 루틴에 맞지 않으면 결국 쌓이고 방치된다.

카드 청구월 기준이 계속 헷갈렸다

내가 주로 쓰는 카드는 전월 1일부터 말일까지 사용분이 익월 중순에 청구된다. 그런데 앱들은 대부분 결제일 기준으로 지출을 잡는다. 3월에 쓴 돈이 4월 명세서에 나오는데, 앱에서는 3월 지출로 기록되어 있으니 명세서와 앱 숫자가 항상 달랐다.

이게 사소해 보이지만 실제로 예산을 관리할 때는 꽤 혼란스럽다. 이번 달 예산이 얼마나 남았는지 확인하려는데, 앱의 숫자와 실제 빠져나갈 금액이 다르니 어느 쪽을 믿어야 할지 모르겠는 상황이 반복됐다. 청구월 기준으로 볼 수 있는 설정이 있는 앱도 있었지만, UI가 직관적이지 않아서 매번 설정을 찾아 들어가야 했다.

태그와 메모 기능의 한계

세 번째 앱은 태그 기능이 있었다. 카테고리 외에 자유롭게 태그를 붙일 수 있어서 처음에는 기대했다. 예를 들어 ‘외식’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도 ‘혼밥’, ‘접대’, ‘기념일’ 같은 식으로 구분할 수 있으면 나중에 분석이 훨씬 유용할 것 같았다.

실제로 써보니 태그 입력 자체가 번거로웠다. 매번 태그를 타이핑하거나 목록에서 골라야 하는데, 스마트폰 화면에서 이 과정이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갔다. 결국 태그를 꾸준히 붙이는 건 2주 정도 지나면 흐지부지됐다. 메모 기능도 비슷했다. 처음에는 열심히 적다가, 나중엔 거의 비워두게 됐다.

태그나 메모가 제대로 쌓이지 않으면 나중에 ‘이 달에 외식비가 왜 이렇게 많지?’ 같은 질문에 답을 찾기 어렵다. 데이터가 있어도 맥락이 없으면 분석이 안 된다는 걸 실감했다.

데이터가 내 것이라는 느낌이 없었다

세 앱을 쓰면서 공통으로 느낀 불편함이 하나 있었다. 내 소비 데이터가 어딘가의 서버에 있다는 감각이었다. 앱을 삭제하면 데이터가 어떻게 되는지, 서비스가 종료되면 내보내기가 가능한지, CSV로 뽑았을 때 포맷이 내가 원하는 형태인지 같은 것들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

실제로 한 앱은 데이터 내보내기 기능이 유료 플랜에만 있었다. 무료로 쓰다가 데이터를 꺼내려면 결제를 해야 하는 구조였다. 다른 앱은 내보내기는 됐지만 항목 구성이 내가 원하는 방식과 달라서 스프레드시트로 옮기면 다시 정리해야 했다.

이런 경험들이 쌓이면서 ‘그냥 내가 원하는 구조로 직접 만들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어차피 집에 NAS가 있고, 간단한 웹 폼 정도는 만들 수 있으니까.

직접 만들기로 결정한 지점

세 달을 써보고 나서 내가 원하는 게 뭔지는 꽤 명확해졌다. 청구월 기준으로 지출을 볼 수 있어야 하고, 태그를 쉽게 붙일 수 있어야 하고, 데이터는 내 서버에 있어야 하고, 원하는 형태로 언제든 꺼낼 수 있어야 했다. 기성 앱 중에 이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건 찾지 못했다.

NAS에 간단한 입력 폼과 데이터베이스를 올리는 방식으로 시작했다. 처음에는 기능이 거의 없었지만, 쓰면서 필요한 것만 조금씩 붙여나갔다. 완성도 면에서는 기성 앱에 비할 수 없지만, 내 습관에 맞게 구조를 바꿀 수 있다는 점이 결정적인 차이였다.

앱이 나쁜 게 아니라, 내가 원하는 방식과 맞지 않았던 것이다. 가계부를 꾸준히 쓰려면 기능보다 자신의 입력 루틴과 데이터 구조가 맞는지를 먼저 확인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걸, 세 달 돌아서야 알았다.

직접 만들고 나서 가장 먼저 느낀 건 ‘이게 맞다’는 감각이었다. 청구월 기준 집계도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쿼리를 짜면 그만이었고, 태그는 텍스트 필드 하나로 해결했다. 기능이 단순한 만큼 쓰다가 막히는 지점도 없었다. 물론 UI는 투박하고, 모바일에서 쓰려면 불편한 부분도 있다. 하지만 그 불편함이 ‘이 앱이 내 방식을 안 받아줘서’가 아니라 ‘내가 아직 안 만들어서’라는 점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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