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S 구축기 01] 집에서 NAS를 쓰면 달라지는 생활 운영 루틴 정리

거실 TV에 틀어둔 영상이 끊겼다. 노트북에서 USB로 연결해서 재생하다가 케이블이 빠진 것이다. 그걸 다시 꽂으러 일어나는 게 귀찮아서 그냥 넘겼는데, 그게 한 달에 몇 번씩 반복되고 있었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집 안에 있는 디스플레이가 TV, 서재 모니터, 침실 태블릿까지 세 개인데 파일을 보려면 매번 USB를 들고 다니거나 구글 드라이브를 열어야 한다는 게 이상하게 느껴졌다. NAS를 들여놓은 건 그 직후였다.

처음엔 단순히 ‘외장하드 대용’으로 시작했다

처음 NAS를 설치했을 때 기대치는 높지 않았다. 그냥 데이터 보관 장치 하나 집에 두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설치하고 한 이틀 쓰다 보니 폴더 구조를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쓰임새가 완전히 달라진다는 걸 알았다. 지금 내 NAS의 공유 폴더는 크게 다섯 개로 나뉜다. /data/media, /data/download, /data/backup, /data/home, 그리고 /data/iot. 이 다섯 개 폴더가 지금 집 안 루틴의 거의 전부를 담당하고 있다.

처음엔 그냥 파일을 때려넣기 시작했는데, 그렇게 하면 두 달만 지나도 뭐가 어디 있는지 모른다. 그래서 /data/media 안을 다시 /movies, /series, /music, /display 이렇게 나눴다. /display 폴더가 나중에 가장 많이 쓰이는 폴더가 됐다.

집 안 영상 공유가 달라진 부분

TV, 서재 모니터, 침실 태블릿, 이 세 기기에서 같은 영상을 별도 복사 없이 재생하는 게 지금은 아주 당연한 일이 됐다. NAS에서 WebDAV를 켜두면 iOS나 안드로이드 기기에서 파일 앱으로 바로 마운트해서 쓸 수 있다. TV는 Infuse로 연결했고, 태블릿은 파일 앱에서 WebDAV 서버로 연결해 두었다. 파일을 한 곳에만 넣으면 세 디스플레이 어디서든 바로 열린다.

이게 작은 것 같지만 실제로 생활 루틴에서 꽤 크게 바뀐 부분이다. 예전엔 거실에서 보던 영상을 침실에서 이어보려면 유튜브나 넷플릭스처럼 스트리밍 서비스가 아닌 이상 불가능했다. 로컬 파일은 그냥 포기하는 식이었다. 지금은 /data/media/display 폴더에 넣어둔 파일이면 어디서든 이어볼 수 있다. 인터넷 연결 없이도, 외부 서버 없이도.

다운로드 루틴이 정리됐다

NAS를 쓰기 전에는 다운로드 파일이 노트북 ~/Downloads 폴더에 쌓였다. 한 달이 지나면 200개가 넘는 파일이 뒤섞여 있고, 그걸 정리하는 데 한 번에 30분씩 썼다. 지금은 qBittorrent를 NAS에서 돌리고, 완료된 파일은 자동으로 /data/download/done 경로로 이동한다. 거기서 내가 주기적으로 분류만 하면 된다. 노트북에는 다운로드 파일이 아예 안 쌓인다.

이게 단순한 편의의 문제가 아니라, 노트북이 꺼져 있어도 다운로드가 계속된다는 것이 핵심이다. 예전엔 노트북 덮으면 다운로드가 멈췄다. 지금은 NAS가 알아서 받아두고 나는 다음 날 아침에 /done 폴더를 확인하기만 한다.

TeslaMate를 NAS에 올리면서 달라진 것

차를 바꾸면서 테슬라를 쓰게 됐는데, TeslaMate라는 오픈소스 트래킹 도구를 NAS 위에서 Docker로 돌리고 있다. 주행 기록, 충전 이력, 소모 전력, 이런 데이터가 전부 /data/iot/teslamate 경로에 쌓인다. 별도 서버를 임대하거나 클라우드에 띄울 필요가 없고, 데이터가 외부로 나가지 않는다.

처음에 Docker Compose 설정을 잡는 데 시간이 좀 걸렸지만, 한 번 올려두면 건드릴 일이 거의 없다. 3개월치 주행 데이터가 Grafana 대시보드 하나에서 보인다. 월별 충전 비용 추이, 장거리 주행 날의 소비 패턴 같은 것들이 숫자로 정리되는 게 생각보다 유용하다.

홈 IoT 서버로 쓰는 방식

스마트홈 기기 몇 개를 쓰다 보니 각각의 앱이 따로 놀고 자동화가 제대로 안 된다는 걸 느꼈다. Home Assistant를 NAS의 Docker에 올리면서 이게 정리됐다. 조명, 에어컨, 공기청정기 같은 기기들이 /data/iot/homeassistant 경로에 설정 파일을 두고 하나의 대시보드에서 묶인다.

특히 집에 들어올 때 자동으로 조명이 켜지고 에어컨 타이머가 도는 것, 이게 NAS를 항상 켜두는 덕분에 가능하다. 스마트폰 앱이 꺼져 있어도, 내가 집에 있든 없든 NAS가 항상 떠 있으니까 자동화가 끊기지 않는다.

백업 루틴은 생각보다 단순해졌다

예전에는 백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잘 안 했다. 귀찮으니까. 지금은 Time Machine이 Wi-Fi를 통해 /data/backup/mac 경로로 자동 백업하고, 스마트폰 사진은 DS photo 앱이 충전 중에 자동으로 /data/backup/photos로 올라간다. 내가 신경 쓰지 않아도 백업이 돌아간다.

한 번은 노트북에서 파일을 실수로 지운 적이 있었는데, Time Machine 백업에서 2시간 전 버전을 꺼낼 수 있었다. 그 전에 이런 경험을 했다면 NAS를 더 일찍 들였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루틴이 바뀌고 나서 느낀 것

NAS를 쓴다고 해서 갑자기 생활이 편해지는 건 아니다. 처음 몇 주는 오히려 폴더 구조 잡고, Docker 설정하고, WebDAV 연결하느라 시간이 꽤 들었다. 그런데 그 세팅이 한 번 잡히고 나면 이후엔 거의 손댈 일이 없다. 다운로드는 알아서 되고, 영상은 어디서든 열리고, 백업은 혼자 돌아간다.

무엇보다 집 안 디지털 환경이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된다는 감각이 생긴다. 노트북, TV, 태블릿, 스마트폰이 제각각 따로 노는 게 아니라 같은 저장소를 보고 있으니까. 파일을 USB에 담아 옮기거나 공유 링크를 만드는 일이 집 안에서는 거의 없어졌다.

어떤 NAS 모델을 골라야 하는지, 가격대별로 뭐가 다른지는 다음 편에서 실제로 고민했던 기준을 정리해서 써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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