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 TV에 틀어둔 영상이 갑자기 끊겼다. 노트북에서 USB 케이블로 연결해 재생하다가 케이블이 빠진 것이었다. 다시 꽂으러 일어나기 귀찮아서 그냥 넘겼는데, 알고 보니 이게 한 달에 서너 번씩 반복되고 있었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집 안에 디스플레이가 TV, 서재 모니터, 침실 태블릿까지 세 개나 있는데, 파일 하나 보려면 매번 USB를 들고 다니거나 구글 드라이브를 열어야 한다는 게 이상하지 않나. NAS를 들여놓은 건 그 직후였다. 이 글은 NAS 구축기 시리즈의 첫 번째 편으로, 집에서 NAS를 쓰기 시작하면서 실제로 달라진 생활 운영 루틴을 정리한 내용이다.
처음 NAS를 설치했을 때 기대치는 솔직히 높지 않았다. 그냥 외장하드 대용 정도, 데이터 보관 장치 하나 집에 두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틀 정도 써보니 폴더 구조를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쓰임새가 완전히 달라진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NAS가 단순한 저장 장치가 아니라 집 안 디지털 환경 전체를 연결하는 허브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처음엔 단순히 ‘외장하드 대용’으로 시작했다
NAS(Network Attached Storage)를 처음 접하는 분들을 위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네트워크에 연결된 저장장치라고 보면 된다. 외장하드는 USB로 컴퓨터 한 대에만 연결되지만, NAS는 공유기를 통해 집 안의 모든 기기에서 동시에 접근할 수 있다. 그리고 24시간 켜두는 게 기본이라, 내가 자는 동안에도 파일을 받거나 백업을 돌릴 수 있다.
처음 설치하고 나서 가장 먼저 한 일은 폴더 구조를 잡는 것이었다. 아무 생각 없이 파일을 때려넣기 시작했더니 두 달도 안 돼서 뭐가 어디 있는지 모르는 상태가 됐다. 그래서 지금은 공유 폴더를 크게 다섯 개로 나눠서 쓰고 있다.
- /data/media — 영상, 음악, 사진 등 미디어 파일
- /data/download — 다운로드 임시 저장 및 완료 파일
- /data/backup — Mac Time Machine, 스마트폰 사진 백업
- /data/home — 문서, 업무 파일, 개인 자료
- /data/iot — Home Assistant, TeslaMate 등 홈 자동화 데이터
이 다섯 개 폴더가 지금 집 안 루틴의 거의 전부를 담당하고 있다. 특히 /data/media 안을 다시 /movies, /series, /music, /display 이렇게 나눴는데, 나중에 /display 폴더가 가장 많이 쓰이는 폴더가 됐다. 이 폴더에 넣어둔 파일은 집 안 어느 디스플레이에서든 바로 열 수 있기 때문이다.
집 안 영상 공유 방식이 달라진 부분
TV, 서재 모니터, 침실 태블릿, 이 세 기기에서 같은 영상을 별도 복사 없이 재생하는 게 지금은 아주 당연한 일이 됐다. 예전엔 거실에서 보던 로컬 파일을 침실에서 이어보는 건 그냥 포기하는 식이었다. 유튜브나 넷플릭스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라면 모를까, 내 파일은 방법이 없었다.
NAS에서 WebDAV(웹 기반 파일 공유 프로토콜)를 켜두면 iOS나 안드로이드 기기에서 파일 앱으로 바로 마운트해서 쓸 수 있다. 마운트라는 말이 낯설 수 있는데, 쉽게 말하면 NAS의 폴더를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의 파일 앱에서 내 기기 저장소처럼 보이게 연결하는 것이다. TV는 Infuse(미디어 플레이어 앱)로 연결했고, 태블릿은 파일 앱에서 WebDAV 서버로 연결해 두었다. 파일을 NAS 한 곳에만 넣으면 세 디스플레이 어디서든 바로 열린다.
이게 작은 것 같지만 실제 생활 루틴에서 꽤 크게 바뀐 부분이다. 인터넷 연결 없이도, 외부 서버 없이도 집 안에서만큼은 어디서든 이어볼 수 있다. 특히 인터넷이 느린 상황이나 데이터를 아껴야 할 때 로컬 스트리밍이 훨씬 안정적이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WebDAV 포트를 외부에 열어둘 경우 보안 설정을 반드시 챙겨야 한다는 것이다. 집 안 내부망에서만 쓴다면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외부 접속을 허용하는 순간부터는 계정 보안과 접근 제한 설정이 중요해진다. 이 부분은 시리즈 후반부에서 따로 정리할 예정이다.
다운로드 루틴이 정리된 방식
NAS를 쓰기 전에는 다운로드 파일이 노트북 Downloads 폴더에 쌓였다. 한 달이 지나면 200개가 넘는 파일이 뒤섞여 있고, 그걸 정리하는 데 한 번에 30분씩 썼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노트북 덮개를 닫으면 다운로드가 멈춘다는 것이었다. 큰 파일을 받다가 자리를 비우면 중간에 끊기기 일쑤였다.
지금은 qBittorrent(토렌트 클라이언트)를 NAS에서 직접 돌린다. 완료된 파일은 자동으로 /data/download/done 경로로 이동하도록 설정해 두었다. 노트북에는 다운로드 파일이 아예 안 쌓이고, 내가 할 일은 주기적으로 /done 폴더를 열어서 분류하는 것뿐이다.
핵심은 노트북이 꺼져 있어도 다운로드가 계속된다는 점이다. NAS는 24시간 켜져 있으니까. 밤에 자기 전에 다운로드 걸어두고 자면, 다음 날 아침에 완료 폴더에 파일이 들어와 있다. 노트북 배터리나 전원 상태를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시놀로지 NAS를 쓴다면 패키지 센터에서 Download Station을 설치하는 방법도 있다. qBittorrent보다 설정이 간단해서 처음 쓰는 분들한테는 오히려 더 편할 수 있다. 두 가지 모두 써봤는데, 기능 면에서는 qBittorrent가 좀 더 세밀하게 제어할 수 있고, 편의성 면에서는 Download Station이 NAS 인터페이스와 자연스럽게 연동된다.
TeslaMate를 NAS에 올리면서 달라진 것
차를 바꾸면서 테슬라를 쓰게 됐는데, TeslaMate라는 오픈소스 주행 트래킹 도구를 NAS 위에서 Docker로 돌리고 있다. Docker는 컨테이너라는 단위로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방식인데, 쉽게 말하면 NAS 안에 작은 서버를 하나씩 올려서 각자 독립적으로 돌아가게 하는 것이다. 별도 서버를 임대하거나 클라우드에 띄울 필요 없이, NAS 하나로 여러 서비스를 동시에 운영할 수 있다.
주행 기록, 충전 이력, 소모 전력 같은 데이터가 전부 /data/iot/teslamate 경로에 쌓인다. 데이터가 외부로 나가지 않고 집 안에 머문다는 것도 마음에 드는 부분이다. 처음에 Docker Compose 설정을 잡는 데 시간이 좀 걸렸지만, 한 번 올려두면 건드릴 일이 거의 없다.
3개월치 주행 데이터가 Grafana 대시보드 하나에서 보인다. 월별 충전 비용 추이, 장거리 주행 날의 소비 패턴 같은 것들이 숫자로 정리되는 게 생각보다 유용하다. 이 부분은 테슬라를 쓰지 않는 분들한테는 해당 사항이 없지만, NAS 위에서 Docker로 이런 것까지 돌릴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단순 저장 장치와는 다른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한다.
홈 IoT 서버로 쓰는 방식
스마트홈 기기를 몇 개 쓰다 보면 앱이 제각각이라 통합 관리가 안 된다는 걸 느끼게 된다. 조명은 A 앱, 에어컨은 B 앱, 공기청정기는 C 앱. 자동화 설정도 따로따로라 서로 연동이 안 된다.
Home Assistant를 NAS의 Docker에 올리면서 이게 정리됐다. Home Assistant는 다양한 스마트홈 기기를 하나의 인터페이스에서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오픈소스 플랫폼이다. 조명, 에어컨, 공기청정기 설정 파일이 /data/iot/homeassistant 경로에 모이고, 대시보드 하나에서 전부 제어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집에 들어올 때 자동으로 조명이 켜지고 에어컨 타이머가 도는 것, 이게 NAS를 항상 켜두는 덕분에 가능하다. 스마트폰 앱이 꺼져 있어도, 내가 집에 있든 없든 NAS가 항상 떠 있으니까 자동화가 끊기지 않는다. 예전에는 스마트폰을 껐다 켜면 자동화가 풀리는 경우가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일이 없다.
다만 Home Assistant 초기 설정은 진입 장벽이 있는 편이다. 기기 연동 방식이 제품마다 다르고, 설정 파일을 직접 수정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처음부터 완벽하게 세팅하려 하기보다는, 기기 하나씩 연결해 보면서 익히는 방식이 덜 지친다.
백업 루틴은 생각보다 단순해졌다
예전에는 백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잘 안 했다. 귀찮으니까. 외장하드에 수동으로 복사하는 방식은 결국 안 하게 된다는 걸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지금은 Mac의 Time Machine이 Wi-Fi를 통해 /data/backup/mac 경로로 자동 백업한다. 스마트폰 사진은 시놀로지 DS photo 앱이 충전 중에 자동으로 /data/backup/photos로 올린다. 내가 신경 쓰지 않아도 백업이 돌아간다. 이게 핵심이다. 자동화되지 않은 백업은 결국 안 하게 된다.
한 번은 노트북에서 파일을 실수로 지운 적이 있었다. Time Machine 백업에서 2시간 전 버전을 꺼낼 수 있었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그 파일이 꽤 중요한 문서였기 때문에 그 순간 NAS를 들인 게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백업과 관련해서 한 가지 더 짚고 싶은 건, NAS 자체도 고장날 수 있다는 점이다. 하드디스크는 소모품이고, 언제든 죽을 수 있다. 그래서 중요한 파일은 NAS 안에서도 RAID(여러 디스크에 분산 저장하는 방식)를 쓰거나, 외부 클라우드에 추가로 백업하는 것이 안전하다. NAS가 있다고 해서 백업 걱정이 완전히 사라지는 건 아니라는 점은 알고 있는 게 좋다.
NAS 도입 전에 알았으면 좋았을 것들
NAS를 쓴다고 해서 갑자기 생활이 편해지는 건 아니다. 처음 몇 주는 오히려 폴더 구조 잡고, Docker 설정하고, WebDAV 연결하느라 시간이 꽤 들었다. 설정 도중 막히는 지점도 여러 번 있었다. 특히 외부에서 NAS에 접속하려고 할 때 포트 포워딩이나 DDNS 설정에서 헤매는 경우가 많다. 이 부분은 라우터(공유기) 설정과 NAS 설정을 동시에 건드려야 해서 처음엔 어디가 문제인지 파악하기 어렵다.
그런데 그 세팅이 한 번 잡히고 나면 이후엔 거의 손댈 일이 없다. 다운로드는 알아서 되고, 영상은 어디서든 열리고, 백업은 혼자 돌아간다. 집 안 디지털 환경이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된다는 감각이 생긴다. 노트북, TV, 태블릿, 스마트폰이 제각각 따로 노는 게 아니라 같은 저장소를 보고 있으니까. 파일을 USB에 담아 옮기거나 공유 링크를 만드는 일이 집 안에서는 거의 없어졌다.
초기 투자 비용도 고려해야 한다. 시놀로지 기준으로 2베이 입문형 모델이 20만 원대 초반, 여기에 하드디스크 1~2개를 더하면 초기에 30~50만 원 정도가 든다. 구글 드라이브나 아이클라우드 구독료와 비교하면 2~3년 쓰다 보면 비용 면에서 비슷해지거나 유리해지는 구조다. 다만 전기 요금이 추가되고, 초기 설정에 시간이 든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NAS가 모든 사람한테 맞는 선택은 아니다. 파일 관리에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 않거나, 클라우드 구독 서비스로 충분한 분이라면 굳이 NAS를 들일 필요가 없을 수도 있다. 반면 집 안에 기기가 많고, 로컬 파일을 여러 기기에서 쓰는 일이 잦고, 자동 백업이나 홈 자동화에 관심이 있다면 한 번 고려해볼 만하다.
정리하면서
NAS 구축기 첫 번째 편은 ‘왜 NAS를 쓰게 됐고, 실제로 뭐가 달라졌는가’에 초점을 맞춰 정리했다. 미디어 공유, 다운로드 자동화, IoT 서버, 백업 루틴, 이 네 가지가 지금 내 NAS 사용의 핵심이다. 처음엔 외장하드 대용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집 안 디지털 환경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다음 편에서는 어떤 NAS 모델을 골라야 하는지, 가격대별로 실제로 뭐가 다른지를 직접 고민했던 기준과 함께 정리해볼 생각이다. 시놀로지 모델 선택이 생각보다 복잡한 이유가 있는데, 그 부분을 구체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 같이 보면 좋은 글
- [NAS 구축기 02] 시놀로지 모델 고를 때 꼭 보는 현실 선택 기준 가이드
- [NAS 구축기 03] NAS와 클라우드 차이, 써보면 보이는 현실 선택 기준
- [NAS 구축기 04] 시놀로지 NAS 첫 설치, 막히지 않는 순서 가이드
- [NAS 구축기 05] 시놀로지 기본 보안 설정, 귀찮아도 반드시 할 것들
- [NAS 구축기 06] NAS로 파일정리·공유·백업 효율 올리는 실전 운영법
- NAS 외부 접속 안 될 때 가장 흔한 실수 5가지
- NAS vs 구글 드라이브, 실제로 써보니 어떤 차이가 있을까?
시리즈 글 모아보기
- 다음 편: 02. 시놀로지 모델 고를 때 꼭 보는 현실 선택 기준
- 전체 목차: 시놀로지 NAS 구축기 전체 목차
- 참고: Synology 지식 베이스